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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울역 그릴. 본문
1925년. 조선총독부는 현재의 서울역이 되는 경성역 건물을 준공시키고, 동시에 경성역 2층에 고급 레스토랑으로 등장한 그릴은 한국 경양식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93년의 세월이 지나 사람으로 치면 장수 노인이 된 서울역 그릴을 지금 마주하게 됩니다.
위치는 새롭게 만들어진 서울역으로 바뀌었지만 레스토랑의 자존심과 긴 세월이 전해주는 품격은 여전히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서울역 옆에 있는 롯데아울렛 4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종업원분이 창가 자리로 안내해 주십니다.
서울역 앞의 전경을 넓고 여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이 태극기 시위를 하는 날이 아니였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메뉴판.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지나간 물건임을 바래진 색과 글자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소금과 후추, 각설탕이 테이블과 어울리게 자리잡고 있어요.
우리는 돈까스(13,500원)를 주문했습니다.
여하 다른 돈까스 및 경양식 가게와는 다르게 그릴은 레스토랑으로 시작한 가게이며 지금도 레스토랑인지라, 메뉴가 순서에 맞춰 나옵니다.
제일 처음으로 나온 에피타이저는 크림 스프와 샐러드.
크림 스프는 시중에 파는 묽은 스프가 아니라 제대로 만든 스프임을 첫 숟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꽤 찐득한 편. 샐러드는 평범하게 요기용으로 나온 편.
메인 디쉬인 돈까스.
일반 가게에 비하면 두께가 있는 편이고, 바삭한 튀김옷 덕분에 써는 것도 좋네요.
여기 돈까스와 비슷한 곳은 정광수의 돈까스가게정도..? 한국식 돈까스에 지향점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많이 기름진 편은 아닌데다가 양도 적당해서 최근 먹는 양이 줄어든 저도 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인 줄 알았는데 으깬 감자였던 것도 곁들어 먹으니 더 좋음.
급하지 않고 천천히, 여유롭게.
후식으로 나온 블랙 커피. 녹차와 커피, 사이다, 콜라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접시 위에 각설탕과 스푼, 그리고 흰 잔에 담긴 커피가 마시지 않고 보기만 해도 만족한 식사임을 느낍니다. 각설탕을 두 개 넣고 천천히 녹이고 마십니다.
돈까스의 가격이 13,500원인데 처음에 서울역 그릴을 모르기 전에는 '서울역이라 좀 가격이 나가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와서 먹어보니 이런 서비스라면 오히려 서울역이란 위치에, 역사성에, 맛에 비하면 비싼 것은 전혀 아니다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만족.